[중앙일보(월급제 개선 관련 전문가 칼럼)] 구인난 택시업계 '임금체계' 사회적 합의 절실한 이유
[비즈 칼럼] 구인난 택시업계 ‘임금체계’ 사회적 합의 절실한 이유
2019년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마찰을 겪는 과정에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타협기구가 만들어졌다. 당시 논의의 결과가 바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이하 ‘전액관리제’)와 법인택시 월급제(이하 ‘월급제’) 실시다. 전액관리제에서 노사합의로 소정의 근로시간을 정할 경우, 주 40시간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법인택시 월급제다. 이는 기존 사납금제의 폐단 시정과, 택시 운수종사자의 안정성 보장을 위한 조치다.
그러나 법 시행 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입 저하로 운수종사자들은 현장을 떠났다. 월급제는 대부분 변형된 사납금제로 운영되면서 운수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시행된 제도가 되레 운수종사자 유출을 부추기는 역할도 했다.
취지는 좋지만 전액관리제와 월급제의 허점은 사업장을 벗어나 근로를 하는 택시업의 특성상 근로자에 대한 사업자의 관리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불성실 근로의 양산 및 경영 부담의 증가로 이어진다. 매출 감소로 고통받는 회사에 전액관리제나 월급제 실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액관리제나 월급제는 일본의 택시제도를 본떠 만들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고정급을 보장하는 곳도 있지만 실제로 이를 실시하는 회사는 없다. 대부분 고정급의 비중은 작고, 임금의 대부분을 운송수입금에 따른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임금체계를 취한다. 불성실 근로에 대한 통제 수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정급을 보장하는 월급제의 규정은 현장과는 괴리가 존재한다.
2024년 8월 월급제 실시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이를 실시하기 위한 운송수입금 측면에서의 기반은 취약하다. 현 상태에서의 전국적 실시는 변형 사납금제의 횡행, 운수종사자의 처우 악화로 직결될 것이다. 따라서 현 월급제 규정은 현장과 조화를 위해 현실에 맞게 개정되어야 한다. 물론 임금체계 합리성에 대한 방향성은 정부가 일부 가져야 하나, 합리적으로 정해진 노사합의는 존중해야 한다.
최근 택시업계의 최저임금 관련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근로조건 개선 등을 수반해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 근로시간의 변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현행 월급제처럼 고정급을 보장할지, 아니면 일본과 같이 성과급을 보장할지는 회사의 경영 방침과 노사합의에 의해 결정돼야 하지만,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후자는 불가능하다. 법인택시는 운수종사자의 유출과 구인난 등으로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경직적인 임금체계가 신규 운수종사자 유입에 장애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이 아닌지 고민할 시점이다.
안기정 서울 도시모니터링센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