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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왜 택시가 안잡히나 했더니…

밤에 왜 택시가 안잡히나 했더니…

택시들 먼 거리 운행하려고 승차거부..매일 100여건 신고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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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모임이 많은 요즘 밤과 새벽사이에 택시 잡기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김종성(가명, 34세)씨는 지난 12일 새벽 귀가길만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김 씨는 이날 자정 무렵 종로에서 대학 동창들과 송년회를 마친 후 집에 가려고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계속 허탕을 쳤다. 분명 빈 택시였지만 김 씨를 계속 그냥 지나쳐 가버리는 것.

김 씨는 빈 택시들이 계속 지나치자 "따블, 따블"이라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김 씨는 추운 날씨 속에 1시간여를 기다려 겨우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최근 택시들의 야간 승차거부 행위가 늘면서 김 씨와 같은 직장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분명 빈 택시지만 도심 한복판에서 그냥 지나치는 차들이 많다. 일부 직장인들은 브랜드 콜택시를 부르지만 예약이 밀려 이용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러다 보니 야근이나 회식을 마치고 택시를 이용해 귀가하려는 직장인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연말 송년회가 몰려 있는 요즘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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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120 다산콜센터에 신고 되는 승차거부 택시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35건이 접수됐지만 이달 들어 100여 건 가까이 접수되고 있는 것. 120 다산콜센터 관계자는 "아직 12월 접수 건수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것 같다"며 "신청된 내용은 서울시로 전해져 택시 기사들이 처벌받게 된다"고 말했다.

택시들이 이처럼 자정 무렵부터 승차를 거부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이동거리다. 이동 거리가 멀수록 새벽 할증이 붙어 그만큼 요금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최대한 먼 곳을 외치는 손님만 골라 태운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해봤자 요금이 적게 나오므로 그만큼 기사들로서는 손해를 보는 셈이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박석민(가명, 45세)씨는 "자정을 넘긴 시간에는 보통 강을 넘어가야 손님을 태운다"며 "가까운 거리를 운행해 봤자 연료비도 안나온다"고 토로했다.

또 택시 기사들은 혹시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게 될까봐 새벽에는 여성 손님들을 선호한다. 새벽에 남성 손님 2~3명이 택시를 잡으려 서 있으면 그냥 지나치는 차들이 많다는 것. K운수 소속 한 택시 기사는 "요즘 세상이 하도 험해서 남성 손님들을 태우기가 무섭다"며 "새벽에 장정들만 있는 손님들은 거의 안태우고 지나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택시업계는 서울시의 교통정책 때문에 승차거부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의 버스 정책에 밀려 택시들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손님들을 골라 태우고 있다는 것.

H교통 소속 택시기사인 임익철(가명, 52세)씨는 "서울시가 중앙차로제 등 버스만 우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택시들의 영업환경이 나빠져 승차거부를 통한 돈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도대체 서울시가 택시운전 기사들을 위해 한 게 뭐냐"고 강조했다.

시는 승차를 거부하는 택시들이 계속 늘자 15일부터 자치구와 함께 강남역, 종로, 영등포역, 강남고속터미널 등 '택시 승차거부 상습지역'에 단속인원을 투입해 승차거부 등 불법 운행을 단속한다. 또 오는 23일부터 부제를 해제, 택시 운행량을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시의 이러한 정책에 택시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 택시 기사는 "부제를 해제해 택시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승차거부 행위는 줄어들 지 않을 것"이라며 "택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게 우선순위다"고 말했다.

2008.12.15 정진우 기자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