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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요금 싼 경차 택시, 다 어디로 갔나

[Why뉴스] 요금 싼 경차 택시, 다 어디로 갔나

 기사들 "안전성 우려" 강력반발…택시회사·완성차 업체 모두 반대

 

2010-02-12 07:00 CBS산업부 박종환 기자

 

지난해 가을부터는 일반 택시에 비해 20~30% 가량 요금이 싼 경차 택시가 운행될 것이라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5개월 이상 지났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경차 택시는 볼 수 없다. 그 이유를 짚어본다.

▶정부, 지난해 가을부터 경차 택시 운행시키겠다고 공언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5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 하면서, "시행규칙 개정작업을 6월 말까지 마무리하고, 택시사업자들과 지자체 준비기간을 거쳐 가을부터는 경차 택시가 운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경차 택시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시행규칙은 배기량 1,000cc 미만의 경차도 택시로 운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규칙은 입법과정에서 표류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에야 개정됐다.

정부는 경차 택시 제도 도입 당시 친환경적이고 연료 소모가 적은 경차 택시를 도입해, 녹색교통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차 택시의 기본요금을 일반 택시 요금에 비해 20~30%가량 싸게 책정할 경우 경차 택시 이용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택시기사들, 안전성 우려로 경차 택시 도입에 강력 반발

=바로 경차 택시 도입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택시기사들 때문이다.


하루 종일 운전해야 하는 택시기사들은 일반 택시보다 안전성이 떨어지는데다, 공간이 좁고 불편한 경차 택시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택시 기사들은 경차 택시가 도입될 경우 업무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경차 택시는 사고 발생시 일반 택시에 비해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점도 불안요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요금을 적게 받아야 한다.

민주노총 산하 택시노조인 '민주택시본부' 김성재 정책국장은 "택시기사의 경우 하루 11~12시간씩 운전을 하는데, 좁은 차 공간 속에서 운전할 경우 피로도가 높아진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가 날 경우 일반 택시는 경상으로 그칠 것도 경차 택시는 중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택시본부에는 전체 법인 택시 운전기사 13만명 중 8천여명이 가입해 있다.

▶택시 업체들 "수익성 줄어든다"며 도입 반대

=택시 회사들 역시 경차 택시 도입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경차 택시 요금이 일반 택시보다 20∼30% 낮아 수익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경차 택시와 일반 택시는 운송수입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기사에 대한 급여 역시 차별화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경차 택시를 도입할 경우, 누구에게 경차 택시를 운행하도록 할 건지부터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정 택시 기사에게 경차 택시를 운전하도록 강제할 경우 마찰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법인택시 모임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연합회 이용복 과장은 "16개 시도 조합별로 의견이 올라오는데, 대체로 경차 택시 도입에 대해서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법인 택시 회사는 전국적으로 1,730개 업체에 이르고 있다.

노조와의 갈등소지도 있다. 이용복 과장은 "법인 택시회사는 90% 이상이 노조가 있는데, (경차 택시 도입에 대한)노조의 반대가 심해,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사업자가 경차 택시를 도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현재로서는 경차 택시가 도입되더라도 (경차 택시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가 없는 만큼)일반 LPG차량을 산 뒤 미터기 등을 달아야 해 추가부담이 든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체들, 시큰둥한 반응

=현재 경차를 생산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는 기아차와 지엠대우 등 2곳이 있는데, 완성차 업체들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차 택시를 생산할 경우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기아차는 경차 모닝(999cc) 가솔린 모델과 LPG 모델을 시판하고 있다.

경차인 마티즈 클래식(796cc)과 마티즈 크리에이티브(995cc)를 생산하고 있는 지엠대우는 3월부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LPG모델(995cc)을 시판할 예정이다.

택시업계에서는 LPG를 사용할 경우 가솔린보다 가격이 싼데다 유가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어 울릉도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LPG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경차 택시 수요에 따라서 경차 택시 개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속내는 별로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지엠대우 관계자는 "지엠대우 기술개발연구소에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LPG 모델이 경차 택시로 적용이 가능한지 현재 검토 중"이라며,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재무부서나 판매부서 등 관련부서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체로서는 심지어 중형 택시도 남는 장사 아닌데, 경차 택시는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같은 기종이라도 택시는 일반 승용차보다 가격이 훨씬 싸다. 쏘나타 가솔린 모델 2.0의 경우 가격이 1,960~2,820만원인데 비해, 택시용은 옵션을 최소화시킨 LPG 2.0 모델이 1,420~1,758만원에 팔리고 있다. 그만큼 수익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경차는 가격이 천만원에도 못미처 더 이상 가격을 낮추기 힘들다. 경차를 택시로 판매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올라가고 대외 이미지 개선 효과가 있지만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완성차 업체들은 "시장 수요가 있다면 마냥 방관할 수만은 없지만, 정부가 혜택을 준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경차 택시 출시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성남시, 처음으로 경차 택시 도입키로

=성남시는 전국 최초로 이달 24일 발대식을 갖고 당일부터 배기량 1000㏄ 미만의 경차 택시를 운행하기로 했다. 성남시는 관내 22개 택시업체에 경차 택시 22대를 증차하도록 허용했다.

경차 택시 차종은 현재 생산되고 있는 유일한 경차인 기아차 모닝 LPG 모델이다.

이번에 운행되는 경차 택시는 기아차에서 일반용으로 생산한 모델을 택시업체들이 미터기와 방범등, 신용카드 결제기, 네비게이션 등을 달아서 개조한 차량이다.

개조비용은 대당 100만원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경차 택시를 만들면 좋을텐데, 아직 경차 택시를 만들려는 곳이 없다"며 "기아차에 물었더니 모닝 LPG를 경차 택시로 만들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완성차 업체는 경차 택시 도입에 대해 썩 좋아하는 반응이 아니더라"고 덧붙였다.

성남시 경차 택시 기본요금은 일반택시의 2,300원보다 22% 싼 1,800원으로 책정됐다.

▶택시기사들, 성남시 경차 택시 운행에 항의키로

=택시노조인 '민주택시본부'는 설 연휴가 끝난 뒤 성남시의 경차 택시 도입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민주택시본부 경기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시민들에게 경차 택시의 위험성을 알리는 선전전을 펴기로 했다.

민주택시본부 김성재 정책국장은 "경차 택시는 사고시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며 "경차 택시 운행에 앞서, 속도제한이나 이동거리 제한, 탑승객수(3명) 제한 등 규정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경차 택시 도입에 앞장섰던 국토부마저도 경차 택시 정착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송수입금 때문에 택시사업자와 택시기사들이 경차 택시 도입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수입이 보장돼야 하는데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차 택시 활성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 "경차 택시 도입과 관련해,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문제인 만큼 지원할 생각이 없다"며 "이는 시장에서 결정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의 반발 속에 시작되는 성남시의 경차 택시 운행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지, 경차 택시에 대해 일반 시민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여론수렴 없이 사전 검증을 소홀히 한 채, 경차 택시 도입을 밀어붙인 정부의 졸속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