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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도 전문가로 인정받아야

택시기사도 전문가로 인정받아야

‘외국인 관광택시 기사’ 최고성적 김성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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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가 실패한 인생이라니요? 우리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전문가로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24일 오후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앞 도로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성호(53·사진)씨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김씨는 서울시의 ‘외국인 전용 관광택시 기사’ 모집에서 최고 성적으로 선발된 이른바 ‘전문 기사’다. 오는 3월부터 운영되는 ‘관광택시’는 영어·일어·중국어 등 회화가 가능한 기사 661명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운행하며, 일반택시보다 20% 높은 요금과 차량 외관도 차별화돼 운영된다.

 

“전문 자격을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에 시험을 봤다”는 김씨는 선발 인터뷰 과정에서 면접관에게 “나보다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외판원·학원강사·작사가 등 화려한 전력을 가진 김씨의 수준급 영어실력은 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경찰 외사과 형사로 오래 근무한 덕이 크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에는 통역 자원봉사 요원으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김씨가 택시를 몰게 된 건, 1년 전 학원 사업을 실패한 뒤였다. 당시 김씨는 미국에 유학 간 아들·딸에게 돈 한 푼 못 보내줄 정도로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풍요로운 마음을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택시 운행을 시작한 그는 가수 장미화의 노래 <사랑, 그 그리움>을 직접 지은 작사가이기도 하다. 택시운행 때 손님들에게 가끔 이 노래를 불러준다. 쉬는 날에는 경찰 근무경험을 살려 교도소의 마약사범들을 상담하고 그 가족들을 돌보기도 한다.

 

“돈은 굶어죽지 않을 정도만 있으면 되요. 나머지는 희망을 잃지 않은 이 마음에 달려 있는거죠.” 김씨의 택시가 힘차게 출발했다.

 


한겨레 송채경화 기자  2009-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