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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택시 안 잡히는 까닭은?

'눈 내리는 날' 택시 안 잡히는 까닭은?

법인택시 "무사고 경력 깨질까", 개인택시 "보험료 오를까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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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용산구에 사는 회사원 최기용(35)씨는 아침 출근길에 진땀을 빼야 했다. 예상하지 못한 눈이 밤새 내린데다, 출근 시간이 빡빡했기 때문. 이러한 까닭에 평소 '짠돌이'로 소문난 최씨는 택시를 잡아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최씨의 큰 결심에도 불구하고 택시는 잡히지 않아 결국 30분만에 버스에 올라탔다. 당연히 최씨는 지각을 감수해야 했고, 직장상사의 불호령은 이어졌다.

최씨는 "오늘같이 급한날 타라고 있는 것이 택시인데,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택시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며 "특히 눈이 내리는 날에 택시 잡기 힘든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 법인택시 '갈참'들의 이유있는 운행 중단

고양시 일산구에 사는 박아무개씨는 오늘 일을 접기로 했다. 박씨는 택시 운전대를 잡은지 10년이 넘은 '베테랑' 운전자지만, 눈 내리는 날에는 운행은 하지 않는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나는 날이면 최씨의 꿈인 개인택시 면허증을 못 받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법인택시 운전자로 지난 10년동안 운전대를 잡았지만 지난해부터는 폭우나 폭설이 내리는 날에는 운행을 하지 않고, 사비를 털어 사납금을 낸다"며 "이는 사고가 날 경우, 개인택시를 받기 위한 조건인 13년 무사고가 깨질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특히 10년차정도 되는 이른바 '갈참'(13년 무사고 조건에 얼마남지 않은 택시운전자)들은 몸을 사리기 마련이어서 대부분의 '갈참'들은 폭우나 폭설이 내리는 날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법인택시회사 관계자는 "사실 눈오는 날에는 신규로 개인택시를 받을 수 있는 1순위 조건인 13년 무사고를 채우기 위해 8년에서 13년된 법인택시 운전자들은 거의 운행을 하지 않는다"며 "회사 운전자 중 약 10%-15% 가량이 무사고 경력이 8년이 넘은 '갈참'들이며 이런 운전자들은 사비로 사납금을 때우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양시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 발급된 개인택시는 160여대 정도며 올해에도 106대의 신규면허를 줄 계획"이라며 "1순위 자격요건은 무사고 운전 13년이상이 1순위이고, 무사고 10년이상인 운전자가 2순위인데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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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택시 운전자, "보험료 오를까 무서워"

이처럼 눈이 내리는 날이나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 택시를 잡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개인택시 신규면허 신청을 앞둔 '갈참'들의 운행 거부에 개인택시 운전자들의 '보험수가' 걱정도 한 몫 차지하고 있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최 아무개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2년전에 거금을 들여 개인택시를 받았지만 최근 급격히 흔들리는 실물경제 영향으로 수입이 2년전에 비해 반토막이 난데다 지난해 12월 '눈길 사고'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보험료도 10%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BestNocut_R]

이 때문에 최씨는 눈발이 날리는 날에는 운행을 나가도, 집에서 그냥 쉬기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최씨는 "눈길 운전은 운전실력으로도 못 피하는 예측불허의 사고가 많은 만큼, 택시 승강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을 태우는 등 운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패턴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지난달 눈길 사고로 눈 오는날은 운행조차 꺼려지게 된다"며 "개인택시 운전자들은 눈 오는날 5천원을 벌려다가 10배, 100배 손해보는 일이 허다해 눈길 운전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빨리 경제가 좋아져 보험료 걱정없이 맘껏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이는 손님을 모시는 택시 운전자들의 한결같은 바람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2009.1.17 노컷뉴스

anointing@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