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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빙판길 사고 국가도 과실” 법원

“택시 빙판길 사고 국가도 과실” 법원

 

요즘 같은 겨울철 눈길이나 빙판길 사고 등 ‘미끄럼 사고’는 도로관리자와 사고 당사자 간 책임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법원 판결은 도로나 인도 등 미끄럼 사고의 경우 관리상 책임을 물으면서도 운전자나 보행자 등 사고 당사자가 얼마나 주의를 귀울였는지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예방 가능한 ‘미끄럼 사고’ 관리주체 책임 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는 지난해 11월 국도를 달리던 택시가 물이 고인 지점에서 미끄러져 중앙선을 침범, 반대편 승용차와 충돌해 4명이 숨진 사고에 대해 국가에 60%의 책임을 물었다.

도로관리 주체인 국가가 결빙된 사고 현장에 아무런 주의·경고 표지를 하지 않았고 배수구 철망에 쌓인 흙을 제때 치우지 않아 물이 고였다는 것이 이유였다.

2006년 1월 박모씨(48)는 한밤중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걷다가 빙판에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지자 아파트관리기관인 SH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97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부는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 “사고장소에 배수관이 3개 있는데도 하수시설이 연결되지 않아 눈이 내린 지 20여일이 지나도 얼음이 잘 녹지 않는다는 점, 피고가 아파트의 다른 지역은 제설작업을 하면서 사고 장소는 하지 않은 사실 등이 인정된다”며 1심을 깨고 SH공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세심한 주의 안 했다면 본인 과실 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는 최근 우면산터널 앞에서 눈길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량 보험사인 제일화재해상보험이 도로 관리업체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 현상인 눈이 쌓여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즉각 제거해야 하는 관리상 의무는 적당하지 않다”며 “사고 하루 전 염화칼슘을 뿌리는 등 제설작업이 이뤄진 점을 보면 도로 관리 책임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사고 당시 운전자가 눈길 운행 때 20% 감속 규정을 어기고 시속 60㎞ 도로를 시속 64.8㎞로 달린 점을 지적했다.

2006년 10월 서울 남부지법도 빙판길 사고 보험사가 도로관리 주체인 인천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인천시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나 지자체 등이 도로를 설치·관리하면서 항상 완전한 상태를 유지할 정도의 안전성을 갖추지 않았다고 해서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오히려 운전자가 사고가 난 도로를 매일 이용했고 해당 도로가 빙판이 잘 생기는 곳이라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급제동을 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지난해에는 빙판길에 미끄러진 화물차를 급제동, 도로에 세웠다가 뒤따라온 차량들이 추돌한 사고에 대해 화물차 운전기사에게 40%의 책임을 묻는 판결도 있었다.

차에서 내려 수신호를 하거나 신속히 갓길로 이동하는 등 후속사고 예방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고속도로와 같은 특수 목적 장소가 아닌 일반 도로는 관리주체에게 완벽한 제설작업 의무를 지우지 않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눈길과 빙판길에서 스스로 감속운행하는 안전운전만이 책임을 덜 수 있는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2009.1.12 파이낸셜뉴스
/cgapc@fnnews.com 최갑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