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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도 오지 않는 '브랜드 콜택시'

불러도 오지 않는 '브랜드 콜택시'

 

양천구 목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여·25)씨는 지난달 말 자정 무렵 서울시 브랜드 콜택시를 타려다 30분간 길을 걸으며 추위에 떨었다. 서울시청 근처에서 열 번 넘게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메시지라곤 '주변에 빈 차가 없다'는 내용뿐이었다. 행여 차가 잡힐까 서울역까지 걸었지만 허탕이었다. 콜센터 상담원과는 연결조차 안됐고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녹음 응답만 들었다. 김씨는 "서울시가 브랜드 콜택시 도입 당시 '여성이 행복한 귀갓길'을 만들겠다더니 정작 상담원과 통화도 안 되더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회사원 원모(30)씨도 지난달 초 세종로사거리에서 브랜드 콜택시를 불렀다 낭패를 봤다. 귀갓길 원씨가 콜센터에 전화를 건 것은 오전 1시쯤. 10분 뒤 그의 휴대전화로 '배차가 됐다'는 문자가 도착했고, 택시기사로부터 "가고 있다"는 확인 전화가 이내 걸려 왔다. 하지만 택시는 오지 않았고 택시운전사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바람맞은 원씨가 콜센터에 항의하자 다른 택시가 처음 호출한 지 40분 넘어서 도착했다. "내게 배차된 차량번호의 택시기사가 눈앞에서 다른 승객을 태우고 가버렸다" "오기가 나서 전화를 계속 돌렸지만 1시간40분 동안 차가 없다는 기계음만 들었다"는 직장인도 있다.

 

택시 불러도 못 탈 확률 13%

서울시는 2007년 12월부터 1년 넘게 브랜드 콜택시를 운영하고 있지만 운영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시는 출범 당시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으로 손님 위치를 파악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택시를 자동 배차해 어디든 5분 내에 보낸다"고 공표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시민들은 "불러도 오지 않는 브랜드 콜택시도 있나" 하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시는 승객이 콜센터에 전화해 택시를 배정받는 비율(배차성공률)과 배차된 택시에 실제로 타는 비율(탑승성공률)을 매주 금요일 집계해 콜센터별로 실적을 평가해 왔고, 지난 3월부터는 승객이 콜센터에 전화해 상담원과 연결되는 비율(콜 응대율)도 집계하고 있다. '트리플 라인'으로 불리는 이 세 수치를 모두 90% 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 서울시 목표다.

하지만 배차성공률과 탑승성공률은 아직도 평균 87~88% 수준에 머물러 있다. 브랜드 콜택시를 100차례 불렀다면 12~13차례는 차를 타지 못하는 셈이다. 배차받지 못하는 건수는 하루 평균 2000건이 넘는다. 콜택시 수요가 많은 야간이나 눈·비 오는 날 배차·탑승성공률은 그나마 평균도 못돼 콜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건 헛일이기 십상이다.

자정 전후 2시간 '악몽 되풀이'

서울시가 사정을 알면서 배차·탑승성공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배경에는 '마(魔)의 2시간'이 있다. 고객이 폭증하는 밤 11~1시 사이가 그때다. 하루 평균 콜 1만8000여 건 중 30% 이상이 이 시간대에 집중된다. 하지만 콜센터 상담원과 택시 숫자는 한정돼 있어 응대율과 탑승·배차성공률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역적으로도 브랜드 콜택시 수요가 몰리는 곳이 있다. 서울시가 꼽는 '마(魔)의 지역'은 종로·을지로·동대문·강남·서초·영등포다. 사무실이나 유흥업소가 집중된 이곳에서 심야 브랜드 콜택시 타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심야에도 안심하고 탈 수 있는 택시'가 브랜드 콜택시 도입 명분이었음을 반추하면 '늦은 밤 도심에서 못 탈 콜택시가 무슨 의미냐'는 지적은 무척 타당하다.

서울시는 가입 택시 수와 콜센터 상담원을 늘려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운영 초기 SK나비콜·친절콜·동부엔콜 3개 업체 2만464대 택시로 출발, 지난해 S택시·하이콜을 추가해 5개 업체 2만9000여 대로 늘렸다. 택시 5000여 대를 추가 가입시키는 것이 올해 목표다.

시민 성숙한 예약문화 절실해

서울시와 택시운전사들은 브랜드 콜택시 정착을 위해 시민의식이 성숙해야 한다고 말한다. 콜택시를 부른 뒤 배차된 차를 못 기다리고 지나는 빈 택시를 잡는 손님이 많아 승객이 많은 시간대에 콜 배차를 반기지 않는 택시기사가 많다는 것이다.

택시운전사 문모(52)씨는 "배차를 받은 뒤 손님을 태우러 가보면 이미 다른 차를 타고 사라진 경우가 20%를 넘는다"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으니 콜 배차가 반갑지 않다"고 말한다.

택시가 콜 배차를 받아 예약 표시등을 켜고 있는데도 우격다짐으로 차를 불러 세우는 승객이 적지 않다. 택시기사들은 "공연한 다툼을 피하려 막무가내 손님을 태워 배차를 취소하곤 한다"고 항변한다.

정도훈 서울시 운수물류담당관실 택시정책팀 주임은 "예약된 택시라고 설명해도 무시한 채 올라타고 보는 승객이 있는 현실에서 택시기사만 처벌할 수 없다"면서 "콜택시 운영이 원활해지려면 예약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2009.1.5 조선일보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