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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들,외국인 박대 심각… 무료 통역서비스 ‘피커폰’ 무용지물

 

택시기사들,외국인 박대 심각… 무료 통역서비스 ‘피커폰’ 무용지물



지난 20일 서울 용산역 앞에서 쏟아지는 비를 피해 가족과 함께 서둘러 택시에 올라탔던 영국인 크니프(43)씨는 승차하기 무섭게 곧바로 택시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택시 기사가 "아이, 어디를 가겠다는 건지 모르겠네. 나가! 나가!"라고 큰소리로 다그쳤기 때문이다. 마침 근처에 있던 한국인 대학생이 택시 기사가 뭐라고 소리쳤는지 통역해주자 크니프씨는 "방배동에 가자고 영어로 얘기했는데 기사가 못 알아들은 것 같다"며 "아무리 그래도 외국인 손님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승차를 거부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외국인 손님을 노골적으로 꺼리는 택시 기사들이 적지 않아 한국의 대외 이미지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당수 택시 기사들의 불친절한 모습이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각인시킨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어 회화가 가능한 제시 파커(44)씨는 "택시를 탈 때 영어로 말하면 기사가 손을 가로저으며 '내리라'고 막무가내로 소리 지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말로 '한남동 가주세요'하면 그제서야 운전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많은 기사들은 서울시가 외국인을 위해 마련한 무료 통역 서비스 '피커폰'도 철저히 외면해 거의 무용지물로 만드는 실정이다. 택시 기사 조모(42)씨는 "피커폰에 전화해 통역과 얘기하도록 하는 등의 과정이 번거롭다"며 "사용법 교육도 받지 않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모른다"고 푸념했다. 개인택시를 8년째 몰고 있는 장모(53)씨는 "지금까지 한 번도 통역 서비스를 사용한 적이 없다"면서 "손짓 발짓 해보고, 정 안 되면 그냥 내리라고 하는 것이 실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정보 공개 청구에 따라 공개한 '무료 통역 서비스 이용 실적'에 따르면 2005년 월 평균 9171건이었던 이용 실적은 2006년 5031건, 2007년 5409건 등으로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하루 평균 약 170건 정도의 통역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운행되는 택시가 7만여대, 등록된 외국인 수가 19만9000여명(출입국관리사무소 자료)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외국인들이 입국해 가장 먼저 만나는 '접촉점'이 택시 기사"라며 "이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결정하는 만큼 월드컵 등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항상 서비스 정신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


2008.9.22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