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택시요금 어떡하나

서울시, 택시요금 어떡하나

[중앙일보 주정완] 서울에서 대전으로 KTX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 정모(37)씨는 최근 대전에서 택시를 탈 때마다 미터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대전의 택시 기본요금이 지난달 15일 1800원에서 23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기본요금만 따지면 대전 택시가 서울(1900원)보다 400원이나 비싸진 것이다. 운행거리에 따른 요금도 전에는 174m에 100원이었지만 이제는 153m에 100원이 됐다. 그만큼 미터기의 요금이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정씨는 “예전에 대전역에서 택시를 타면 3㎞ 정도 떨어진 직장까지 2800원이면 됐는데, 이제는 4000원 가까이 나온다”며 “자주 택시를 타야 하는 처지에선 교통비 부담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은 아직 택시요금이 오르지 않아 다행이지만 머지않아 인상 얘기가 나올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택시요금 놓고 고심=서울시는 내년 초 택시요금을 인상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다. 서울을 제외한 6대 도시(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가 최근 잇따라 택시요금을 올렸거나 조만간 인상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택시업계는 택시 연료인 액화석유가스(LPG)를 비롯해 전반적인 물가가 크게 올랐다며 30~40%의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버스는 준공영제여서 버스회사가 적자를 보더라도 서울시가 메워주지만 택시는 원가 상승의 부담이 고스란히 택시업체와 기사들에게 돌아간다.

이희춘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기획부장은 “서울은 2005년 6월 이후 벌써 3년6개월째 요금을 동결하고 있다”며 “매년 조금씩 요금을 조정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인상 요인을 반영하려니 인상폭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물가 수준이 다른 지역보다 비싸다는 것을 감안하면 택시요금도 약간 높아야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준병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올해는 택시 등 공공요금을 동결했지만 내년이 되면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 종합적인 검토를 할 것”이라면서도 “최근 LPG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택시업계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경기는 내년 초 인상 검토=인천시와 경기도는 이미 내년 초 택시요금 인상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인천과 경기 지역 택시조합은 현재 1900원인 기본요금을 최대 2600원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경기도가 물가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하는 요금 인상폭은 대전·부산 등 다른 광역시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광역시 중에선 부산이 가장 먼저 10월 1일 택시 기본요금을 1800원에서 2200원으로 올렸고, 지난달 1일에는 울산(1800→2200원)이 뒤를 이었다. 광주도 이달 29일부터 인상된 택시 기본요금(1800→2200원)을 적용한다고 발표했고, 대구도 내년 초 비슷한 수준의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2008.12.23 중앙일보

주정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