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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도 승객도 시큰둥…'경차택시' 애물단지 될라

 
업계도 승객도 시큰둥…'경차택시' 애물단지 될라

서울시 택시업체 96% "운영계획 전혀 없다", 시민들 "요금 비슷, 중형택시 타지"

 

 

택시업계의 불황을 해소하겠다며 정부에서 경차택시 운영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택시업체와

운전기사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제로 도입될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국토해양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모닝과 마티즈 등 경차택시를 허용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

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런데 정작 이 사업의 주체인 택시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CBS가 서울 시내 택시업체 30곳을 취재한 결과 29개 업체가 경차택시를 운영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기사들의 임금체계나 근무환경도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행정이라는 것이다.

한 택시업체 관계자는 “기본요금이 30% 더 싼 경차택시 운전자는 그만큼 수익금도 줄기 때문에 회사 내 다른 운전자들과 급여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아직 종합대책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경차택시 입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 운전을 해야하는 일선 택시 기사들도 불만은 마찬가지다.

25년째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는 홍태일 씨는 “한여름에

에어컨을 세게 틀고 언덕을 오르내릴 때, 경차를 끌 경우 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부담된다”며 “고속도로에서도 자칫 위험할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기본 요금도 중형택시(6월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 2,500원으로 인상) 기본요금의 70~80% 수준인 2000원 정도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져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그리 좋지는 않다.

한 시민은 “안전성 등 여러가지를 고려했을 때 2천 원이면 그렇게 저렴한 것도 아니다”라며 “이 값이면 차라리 좀 더 보태서 중형택시를 타겠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토해양부는 현장의 목소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입법 개정안이 택시업계의 불황을 타개해줄 수 있는 비책"이라며 “이용자들이 가격적인 면에서 부담을 덜 느끼면서 경차 택시를 많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던 시민들을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진 택시쪽으로 자연스럽게 끌고 올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차택시를 도입하겠다고 나서는 업체도 없는데다 택시 기사는 물론 시민들 마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세제지원이나 LPG가격인하 등 추가적인 지원대책이 뒤따르지 않는 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경차택시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2009-05-13 06:00 CBS 노컷뉴스

사회부 유재연 기자